데이터과학 유망주의 매일 글쓰기 — 38일차
두려움이 바탕이된 배움이 앗아가는 것
# 경쟁, #배움, #즐거움
오늘 한일:
오늘은 Gradient Boost라는 내용에 대해 배웠다. 정말 유명한 머신러닝 개념이라 나도 몇번 들어보았지만, 마침내 배우게되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요즘들어 배워도 배워도 부족하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게 요구되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학습하는 개념들은 이미 데이터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알고있는 것들이라는 의미이고, 그것들을 쓸 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한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개인시간을 많이 투자하여 그동안 수업시간에 다루었으나, 깊게 파보지 못한 것들을 혼자 배우고 나서, 정리할 겸 블로깅을 계속했다. 무언가 쌓여가는 것 같지만,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케글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만들어 내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미 내가 쓴 것보다 훨씬 더 잘 정돈된 블로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하게된다.
결국, 그 무엇을 하던 계속 부족한 느낌이 든다. 대학시절, “양자역학"을 수강하는 선배를 한분 만났던 기억이있다. 나는 양자역학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말 배우는 사람은 이전까지 만나지 못했다. 궁금했던 나는 전반적으로 그에게 학문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았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양자역학은 파면 팔수록 더 모르는게 많아. 마치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게 다 쓸데없는 것처럼, 전혀 다른 법칙이 존재하는 세계가 펼쳐지지.”
지금 내가 딱 그런 기분이다. 아무리 배워도 배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는 매일 같이 엄청난 양의 지식이 생산되는데, 내가 어찌 구글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을까? 이제 검색하면 왠만한 것들은 다나오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있다. 물론 내가 필요한 지식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가져다 쓰기만하는 것 같은 내가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는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의 신비를 이야기하지만, 거기에서 인간은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 넓고 넓은 지식의 우주에서, 내 두뇌에 담긴 세포역시 한 줌의 재만도 못한 것은 아닐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드니 한숨만 나오고, 배운 것을 소화하기는 더욱 버거워진다. 남은 7개월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데, 하루하루 내게 던저진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곧바로 계속해서 다음 물건을 처리해야하는 악조건에 근무하는 택배아저씨가 된 기분이다.
나는 이 모든 근원이 “무언가 쫓기듯이 배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를 협박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할까? 도데체 뭐가 나를 이리 버겁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더 배워야한다는 압박감에 계속 시달려왔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의미있는 커리어를 쌓지 못하면 내 인생은 끝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있었다. 그래서, 이 과정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아야 하는데, 하루하루 내게 던져지는 것들을 그날 그날 제대로 다 소화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역부족으로 느껴진다. 이 것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힘들겠지, 면접도 잘 보기 힘들지 않을까?”등등의 걱정을 하게된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매우 애를 많이 써보고,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나날이 계속되었고, 최근까지 집밖에서 산책을 할 틈도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그 결과, 내 몸은 더 답답해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리 건강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내 두뇌가 호흡할 수 있도록,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을, 오늘 비로소 밖에 나와보니 느낀다.
앞으로 할일:
매일 매일 그날 던져진 것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는 선생님들의 충고가 기억난다. 2년반이 넘게 석사 과정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9개월만에 해내려니 당연히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데이터과학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적어도 내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어차피, 이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배우되, 압박을 받지 않고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압박을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과정이 끝날 내년 중순 이전까지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라에서 실업급여도 받고 있다. 그저, 매일 최선을 다해서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취업 걱정은 내년에 해도 좋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데이터과학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만 집중해도 좋을 시간이다.
나 스스로 다짐한다. 완벽하게 배우지 못할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되, 최선을 다해서 배우자. 그리고, 즐겁게 배우자. 그 어떤 압박도 느끼지 않고, 그져 하루 하루 배우는 것에 더 궁금해하고, 다음날 배울 것에 호기심을 가지며 잠에 들자. 마침, 집 주변 수영장이 다시 개장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운동인 수영을 할 수 있다. 요 며칠간 물속에서 움직이고 나니, 나를 짖누르던 지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답답하면 나가서 바람좀 쐬야겠다. 생각보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하루가 끝나고 과제를 제출할 때쯤 지긋지긋한 구글 코랩의 사인이 꼴도 보기 싫다가도, 결국 잠에 들기전 오늘 제출했던 것에서 아쉬운 것이 생각난다. 동시에, 내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고, 내일 배울 것에 대해 또 호기심이 생긴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데이터과학을 정말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니, 나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번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도 이 녀석을 좀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이 녀석이 나를 좋아하도록 계속 구애하는 것만이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