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과학 유망주의 매일 글쓰기 — 열 다섯 번째 일요일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
# 스티븐 호킹, #시간, #희망
오늘 한일:
어제 전설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The Theory of Everything”을 보았다. 케임브리지의 유망한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았던 것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아내 제인을 만난일, 그리고 갑작스럽게 시작된 투병생활 등 성인이 된 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매우 감동적이고 여운을 남긴 영화였기에, 오늘은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느낀 점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영화는 호킹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당시 그는 그 어떤 건강하고 유망한 젊은이와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같이 박사과정을 밟던 친구 브라이언과 캠퍼스를 휘저으며,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은 왠지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게 하기도 했다.
그들의 담당 교수님은 정말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운 과제를 매주 내주며,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지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게 했다. 그 가운데서도 호킹은 특출났다. 다들 어려워 한 주 내내 시도조차 힘들어하던 과제에서, 조금이라도 단 몇일 만에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그의 능력은 항상 담당 교수에게 큰 칭찬을 이끌어 냈다.
그러던 어느날, 교내의 한 파티에서 미래의 아내가 될 제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다. 그를 알아본 제인은 자신과 같이 있던 친구에게 그가 누구냐고 물었다. 친구는 그녀에게 “스티븐 호킹이라고 정말 따분하고 지루한 놈이야!"라며 다소 부정적으로 답했지만, 그것이 그녀의 호킹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는 못했다.
호킹은 조심스럽게 제인에게 다가가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둘은 서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자신들이 공부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중한 인연을 시작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 가까워 지면서, 파티에서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둘은 이후에도 캠퍼스를 휘저으며, 사랑을 나누면서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여기까지는 참 행복해 보이는 둘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호킹 박사는 발에 힘을 주는 것이 어려워 짐을 느꼈다. 캠퍼스를 걷다가 발을 삐끗해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그는 정신이 몽롱해졌고, 그 것을 본 주변 학생들은 허겁지겁 그를 부축하였다.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한 병실안에 와 있었다. 의사는 호킹의 다리를 몸쪽으로 밀며, 최대한 노력해서 발을 밀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호킹은 아무리 애를써도 그의 손을 밀어낼 수 없었다. 의사는 그에게 “루게릭 병"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뇌에서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이 점차 죽어가 그 어떤 신체 기관도 쉽게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는 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킹에게 앞으로 길어야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 했고, 지금의 의학 기술로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호킹은 절망했다. 그는 방에 돌아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교수가 내준 과제도 몇 일 동안 보지 않았다.
그를 찾아온 친구 브라이언은 과제를 잘 하고 있는지 물었다. 호킹은 아직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브라이언은 무슨일인지 물었다. 호킹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2년 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고 답했다. 브라이언은 당황하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호킹은 답하고 싶지 않았는지, 브라이언에게 혼자 있고 싶다고만 계속 말한다. 브라이언은 언제든지 괜찮아지면 답해달라고 하며 자리를 떴다. 하숙집 관리인은 호킹에게 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했지만, 호킹은 받지 않았다.
계속된 연락에도 대답이 없던 제인은 호킹을 직접 찾아갔다. 제인은 지금 나와 크리켓 게임을 하자고 말했다. 호킹은 지금 그럴기분이 아니니 이만 가달라고만 말했다. 제인은 지금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호킹을 만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호킹은 망설이더니 힘든 몸을 이끌 고 문쪽으로 가며 제인에게 지금 나가자고 말했다. 제인은 따라 나섰다.
호킹은 힘든 몸을 이끌고 크리켓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제인은 울컥하며 호킹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는다. 호킹은 왠지 무엇이 미안한지 제인을 뿌리치고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간다. 그를 따라온 제인은 호킹을 다시 끌어안았다. 호킹은 우리 둘은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제인은 그런 호킹에게 그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그를 침착하게 한다. 호킹은 웃으며 이내 침착해진다. 제인은 그에게 입을 맞춘다.
둘은 그렇게 인연이 되었고, 호킹은 박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료하게 된다. 이후 케임브리지의 교수로 살아가게되었고, 둘은 결혼하여 아이까지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를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던 호킹은 수저를 입에 넣기도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황스러웠던 그는 힘든 몸을 일으켜 그의 방으로 올라가려한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너무 힘겨웠지만, 온 힘을 다해 한 계단씩 오르려 한다. 계단 난관을 잡고 최선을 다한다. 그 순간 자신의 아이와 눈이 맞는다. 그는 아이를 바라보며 괜찮다고 한다. 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 자신의 아빠가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한 듯 보이지만, 호킹은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살다가 그는 제인에게 휠체어를 선물받는다. 그렇게 해서 이동시에 생기는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옷을 입을 때, 음식을 먹을 때, 그 휠체어로 이동할 때 등 생활할 때 대부분 그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나는 여기서 제인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실감했다. 거의 반신 불수가 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그와의 삶이 정말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최선을 다해 같이 살아가는 그녀가 매우 존경스러웠다. 사랑해도 현실적인 문제로 사이가 멀어지는 현대의 많은 부부들과 커플들을 생각하면, 왠만한 사랑과 헌신 없이는 그녀같은 삶은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어쩌면 그녀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분명한 것은, 호킹의 모든 업적은 제인의 희생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호킹에게 헌신하면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제인은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호킹에게 자신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호킹은 우리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는 괜찮지 않다고 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그녀의 삶을 지켜보던 그녀의 어머니는 제인에게 교회 성가대 활동을 권유했다. 노래를 좋아했던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성가대 리더인 조나단을 찾아갔다. 조나단은 그녀를 격하게 환영하며, 성가대 연습에 바로 참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조나단은 제인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호킹과 만나게 되었다. 힘겹게 말하는 호킹과 최대한 소통하려 노력했던 조나단은, 자신은 아내를 잃었음을 고백했다. 호킹처럼 대단하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좋아해 음악 관련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조나단은 문을 나서며,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말하라고 했다. 이후 제인은 조나단에게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일에 함께 해달라고 부탁한다. 호킹도 제인의 어려움에 공감했는지 조나단의 도움을 수락한다. 조나단은 호킹 가족과 많은 것들을 함께하며 매우 가까워진다.
얼마 후, 호킹과 제인은 새로운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호킹의 친척들도 모였다. 그 자리에서 잠시 부엌으로 향하던 제인을 호킹의 어머니가 따라나선다. 그녀는 제인에게 잠시 이야기 하자고 한다. 마침 조나단이 부엌을 지나친다. 그녀는 제인에게 정말 아이가 호킹의 아이인지 묻는다. 제인은 격분하며, 그럼 누구의 아이겠냐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나단은 화들짝 놀라 부엌을 나선다. 제인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따라나서며 붙잡는다. 조나단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많은 의심을 산다고 하며 자신이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제인은 자신이 정말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모든 것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나단은 제인에게 감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제인도 그에게 감정이 생겼다는 것을 맞받아 고백했다. 조나단은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며 집을 떠난다. 제인은 그 모습을 보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조나단은 호킹 가족을 떠나게 되었다.
조나단을 보면서, 과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봉사와 사랑, 헌신의 가치에 따라 사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그의 아픔을 다른 이의 삶을 위해 봉사하는 형태로 승화시키는 그의 선한 영향력을 나도 본받고 싶다. 제인 못지 않게, 정말 위대한 또하나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헌신도 제인 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호킹이 자신의 업적을 쌓고 일에 전념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흔들리는 제인의 마음이 이해가가기도 했다. 아무리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너무나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그녀의 삶에서 호킹에 대한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이겨나가기는 매우 버거웠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남편을 둔 그녀의 상황에서, 자신의 삶에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조나단 같은 남자에게 끌리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헌신적으로 진심을 다해 그녀를 도우며,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화해 줄 수 있는 존재가 그였기에, 어쩌면 둘 사이에 감정이 피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보여진다. 조나단 역시, 아내를 잃었으며,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자신 처럼 봉사와 헌신의 가치를 실천하는 제인같은 여인에게 같이 생활하면서 끌리지 않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사랑은 위대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킹은 프랑스 보르도의 한 오페라에 초청되어, 자신의 학생들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그는 제인에게 조나단과 함께 아이들과 같이 올 것을 주문했다. 제인은 학생들에게 호킹에게 비타민 주사를 놓는 것을 주문하며 학생들과 그를 보냈다. 보르도로 먼저 출발한 호킹을 뒤로하고 제인은 조나단과 아이들과 함께 같이 보르도로 캠핑을 준비한다. 보르도로 캠핑을 떠난 제인 가족은 조나단과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호킹은 오페라 도중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학생들은 놀라 그를 바로 병원으로 호송했다. 이 소식은 제인에게도 전달되고 제인은 곧장 호킹이 입원된 병원으로 향했다. 제인은 의사에게 그가 살려면 산소호흡기를 그의 목을 뚫어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는 다시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그가 그렇게 해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인은 어떻게 해서든 호킹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호킹은 살아났지만, 다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눈빛만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일레인이라는 강사를 고용한다. 일레인은 최선을 다해 호킹이 자신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고, 호킹역시 최선을 다해 배웠다. 이후, 미국에서 언어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컴퓨터 자판을 통해 말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나타났다. 이 회사의 제품으로 호킹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입력하여 기계를 통해 말할 수 있게되었다. 호킹은 이제 이런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호킹은 어느날 미국에서 천체물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게 되었다. 그 곳에 초청된 사실을 호킹은 제인에게 이야기하였다.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제인과 먼저 상의하던 호킹은, 이 번에는 거의 통보하는 식으로 제인에게 말했다. 제인은 호킹의 변한 태도에 의아해했다. 호킹은 일레인을 시상식에 같이 오도록 초대했다고 말했다. 제인은 속상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를 내조했지만, 결국 호킹은 일레인에게 감정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 장면에서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호킹을 최선을 다해 내조한 것은 제인이었지만, 호킹은 자신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준 또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호킹이 괘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제인 이외에 자신을 인정해준 여인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그가 일레인과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탄했기 때문일까? 역시 남녀가 가까이 있으면 서로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 일이 생기고 나서, 제인은 호킹과 이혼했다. 제인은 조나단을 다시 찾아가 재혼하였다. 이후 호킹은 제인과 친구사이를 내내 유지하며, 둘이 가족이었을 때 낳은 아이들과 그들의 손주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영화의 거의 끝부분에서 호킹은 일레인의 부축으로 한 강연에 초대된다. 거기서 여러 질문을 받는다. 한 질문은 “당신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당신의 최근 저서에서는 ‘신의 비밀에 다가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그동안 신이 없다고 믿었지만, 신은 물리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오직 보이는 현상 만을 믿었던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퇴계 이황이 떠올랐다. 퇴계 이황은 기대승이라는 유학자와 사단칠정논쟁이라는, 인간의 감정과 마음에 대한 이론을 중심으로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신사적이었고, 단 한번도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기대승을 비난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이성적으로 학문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서로의 논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퇴계 이황은 논쟁에 대해 기대승과 나눈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의 이론에 있는 오점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기대승에게 감사를 표했다. 결국, 지성 뿐만 아니라 인성도 같이 지닌 학자였던 것이다. 자신이 틀렸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듣는 자세가 있었던 것이다.
호킹 역시 어떻게 보면 자신과 너무나 다른 기독교인 인문학자인 제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지성을 가진 제인에게 오히려 더 빠져들었다. 자신의 과학중심적 사고를 인정하면서도, 기독교인으로써 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그녀였기에, 호킹도 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계속 묻고 그것을 궁금해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호킹 역시 그녀가 다를 뿐 틀리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으며, 제인역시 눈에 보이는 것 만을 중시했던 과학자인 호킹을 인정해주고 그를 사랑했다. 동시에 그녀의 종교적인 가치를 절대로 강요하지 않았다. 이런 서로에 대한 존중이 어떻게 보면 서로 너무나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둘을 이어주었고,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에게 끝까지 헌신했던 제인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세계관의 중심을 이루는 신의 힘이 있지 않았을까?
동시에 그를 내조했던 제인과 같은 부인을 만났기에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을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헌신 적인 부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호킹은 훨씬 더 빨지 죽었을지도 모른다. 제인과 같은 여성을 만났던 것이 호킹의 가장 큰 복이었던 것 같다. 사랑만으로 뭐든지 해쳐나가기는 매우 힘든 현실에서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물론 호킹역시 그러한 복이 어울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 같은 이를 만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동시에 나는 그러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그러한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영화를 보고 나의 인간 관계와, 다른 사람에게 나라는 인간은 어떠한 존재일지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호킹은 그 모든 삶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동안의 업적을 쌓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된다. 호킹은 여기서 그 유명한 대사를 남긴다.
“The victim should have to right to end his life, if he wants. But I think it would be a great mistake. However bad life may seem, there is always something we can do, and succeed at. It matters that you don’t just give up. While there is life, there is hope.”
이를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누군가 자신을 희생양이라 여긴다면, 그는 충분히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삶이 아무리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있고,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중요한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삶이 있는한, 거기에 희망도 있기 때문이다.”
호킹의 말하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이 말은, 비록 그 자체는 기계적이었지만, 호킹의 모든 혼과 진심이 들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장면에서 모든 이가 기립박수를 보낸다. 나도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앞으로 할일:
결국, 호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삶이 있는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그의 마지막 저서처럼 “거대한 의문에 대한 간단한 답”이 아닐까? 이 것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최근 녹내장을 앓게 되었다. 중기 정도 온 상태였기에 상당히 진행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의사는 내가 잘 관리하면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물론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상태가 호킹 박사에 비해서는 훨씬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나도 녹내장을 앓던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매우 원망스럽고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나는 지금 열심히 하는 것이 있고, 좀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 날개를 펴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것 또한 너무 아쉽지 않을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아직 나의 시력이 죽은 것도 아니다. 물론 조금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분명 방법은 있다. 익숙하지 않아도 익숙해지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삶은 계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좋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희망이 아직 있다.
최선을 다해 지금의 시력을 유지하면서, 내 앞에 주어진 삶의 과제들을 풀어나가려 노력할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많은 부분에서 내 삶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의 생활습관이나 식생활이 모두 더 건강하게 바뀌었다. 그동안 나를 아껴주었던 주변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도 보이기 시작했다. 안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보고 살아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이 것을 좋은 계기로 삼아 내 삶을 좀 더 건강하게 바꾸어 나가는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혹시 아는가? 하늘이 내 정성에 감동해 나의 시력을 다시 살려줄지? 물론, 현실적이 아닐수도 있지만,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나가고 싶다.
호킹 박사의 업적은 “모든 것이 존재하기 전에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역시 어떠한 계기로 인해 출발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다. 물질적인 세계 이전에, 그 세계의 중심축인 시간이 먼저 탄생했다는 것이다. 태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때, 시간이 시작되고, 우주가 나타났고, 행성이 나타났다. 그렇게 해서 우리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며 우주는 팽창했고, 앞으로도 시간이 지날 때마다 계속 팽창할 것이다. 호킹 박사가 그렇다고 신은 아니다. 그는 큰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을 내놓았지만, 그 답역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계속된 질문을 만들어 낸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 진리에 다가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다만, 자신의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계속 생각하고, 많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가는 숙명을 가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겸손해야 하나보다. 무조건 과학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호킹 박사처럼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궁금해하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칠흙같던 그 무의 세계에서도 희망이 있었기에 시간이 태어났고, 더 큰 희망이 있었기에 행성들이 태어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그 희망이 가장 커서, 우리 인간 같은 지적 생명체가 태어난 것은 아닐까?
앞으로 나도 내가 배우는 것, 경험한 것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질문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이전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더 건강하게 산다는 것, 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영화를 본 후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앞으로 이 것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내 남은 시간 동안의 숙제가 될 것같다. 물론, 나를 짓누르는 과제는 아니다. 저 하늘에 뜬 별을 궁금해하는 것 처럼, 내 호기심으로 생겨난 즐거운 내 삶의 수수께끼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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